바다에서 주워 온 기억
글 : 한효순
눈부신 햇살이 길을 막고
성큼 다가선 봄내가
발길 잡던 날
손끝에 머문 일
흐트러진 채 열기설기 묶어두고
뿌연 먼지 뒤집어 슨 마음에 시동을 건가
허공에 떠
마음대로 구르는 바퀴에 마음을 싣고
한 참 달려 온 시야엔
지나온 세월 품어내느라
헬 수 없는 아픔 삭이듯 가슴 드러낸 갯벌
수줍어 꿈틀대며 얼굴 붉히고
두고 떠난 조가비 애절한 부름에
물거품 일며 쓸려오는 파도
애틋한 마음 가득 물결에 실어온다
손 마디 하나만큼
되 짚어 본 세월
물 때 놓쳐 드러난 모래톱위엔
희미하게
그림자마저 거두어간 영근 기억이
물가에서
조각난 슬픔 주워 삼키는 새들의 몸짓에
고장난 필름 다시 돌고
어느새
되비치는 햇살 받아 하늘오르는 포말은
아득하기만한 수평선 그 넘어로
숨겨 두었던 마음 띄워 보낸다
아직도
옷고름처럼 매듭진채 가슴 한켠 매달린 기억
바다에 내 던지고
그리움 맴도는 고운 기억 걷어 올려
비릿한 바다내음 푸른 옷깃에 걸어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