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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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   



제목: - 대나무 -
이름: 수련


등록일: 2005-06-20 22:16
조회수: 1413




대나무                                                      


                   - 함민복


나는 테러리스트올시다.
광합성 작용을 위해
잎새를 넓적하게 포진하는 치밀함도
바위 절벽에 뿌리내리는 소나무의 비장함도
피침형 잎새로 베어 날리는
나는 테러리스트.

마디마디 사이에 공기를 볼모로 잡아놓고
그 공기를 구출하러 오는 공기를
잡아먹으며 하늘을 점거해 나아가는
나는 테러리스트.

나의 건축술을 비웃지 말게
나는 나로서만 나를 짓지 않는다네.
자유롭고 싶은 공기의 욕망과
나를 죽여버리고 싶은 공기의 살의와
포로로 잡힌 공기의 치욕으로
빚어진 아,
공기, 그 만져지지 않는
하루가 나의 중심 뼈대
나는 결코 나로서만 나를 짓지 않는다네.
그래야 비곗살을 버릴 수 있는 법.

나는 테러리스트.
내 나이를 묻지 말게
뒤돌아 나이테를 헤아리는 그런 감상은
바람처럼 서걱서걱 베어먹은 지 오래
행여 내 죽어 창과 활이 되지 못하고
변절허럼 노래하는 악기가 되어도
한 가슴 후벼파고 마는 피리가 될지니
그래, 이 독한 마음으로
한평생 머리 굽히지 않고 살다가
황갈색 꽃을 머리에 이고
한 족속 일제히 자폭하고야 말
나는 테러리스트.



사진 : 한사람
    
로방초
군자 중의 하나요,
지조와 절개의 옷을 입었기에 선비의 기개요,
헛되이 죽을 수 없어 최후의 단 한번,..꽃까지 피어 그 씨앗으로 멸족을 피하는가,
참으로 독립의지가 강해 '테러리스트' 라고 할까.
2005-06-21
10:46:29
찬비
작가의 관찰력이 뛰어납니다.
굽힘 없이 살다가 황갈색 꽃을 머리에 이고 한 족속 일제히 자폭하고야 마는 테러리스트.....
가슴 뭉클하군요. 수련님 덕분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05-06-21
14:52:37
초모랑마
일생 살아온 지금까지의 지조와 절개에서 더 나아가, 꽃한번 딱 피우고 일제히
죽게 되는 대나무를 이렇게 미화하다니, 보기드문 걸작으로 보여집니다. 즐감~~!
2005-06-22
09: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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